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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Golden

여름

터질 것 같은 심장, 가빠오는 호흡, 떨리는 손끝. 온몸을 뒤덮은 극도의 긴장에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못 보겠어. 심장이 온몸의 혈관이 어디인지 알게 할 만큼 쿵쿵 세차게 뛰었다. 저가 뛰는 것도 아니건만, 꼭 자신이 선수가 된 것처럼 우습게도 그랬다. 혁재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TV 속 중계진들은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말로 읊어주고 있었다. 아, 귀도 막을까? 손가락을 꼼지락거려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차마 귀는 막을 수가 없었다. 이동해가 오랜 시간 인내해온 결과를 혁재 역시 확인해야 했기에.

와아악! 온 아파트가 울리는 소리에 질끈 감았던 눈을 주저주저 떴다. 이동해! 이동해 선수가 해냅니다! 흥분한 중계진의 외침, 화면을 장식한 금빛 그래픽. 아. 탁 풀려버린 긴장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땀방울과 함께 돌아선 이동해가 세상 다시 없을 것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포효하듯 환호를 높인 얼굴이 곧바로 중계 카메라를 찾았다. 다급히 카메라를 찾는 동해의 몸짓에 장단 맞추듯 화면은 동해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다가온 카메라를 두 손으로 붙잡은 이동해가 기다렸단 듯 외쳤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마이크도 없는데도 경기장 전체가 울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보고 있지? 이제 나랑 살자!!」

“아, 미친놈 아니야 진짜아!”

 

눈가에 차오른 물기, 또륵 흐르려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화들짝 놀란 마음에 괜한 TV만 서둘러 꺼버렸다. 이걸 끈다고 해서 이동해가 저딴 짓을 벌인 사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데도. 어떡하냐, 진짜. 빨개진 얼굴을 다시 무릎 위로 묻었다. 그렇게 붉게 물든 마음을 감추어도, 불타고 있는 귀 끝은 가릴 수 없었다.

 

 

 

 

    

어릴 적 이동해는 또래보다 작았다. 성장 속도가 느렸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때는 키도 작았고, 체구도 작았다. 동갑내기 친구들에 비해 한두 살은 가뿐히 어린 것 같아 보이는 동해에, 동해의 어머니는 늘 한약을 먹이든지 해야지, 하며 걱정이 늘어지곤 했다. 한약 엄청 쓴데요?! 옆에서 듣던 여섯 살 이혁재가 한약 두 글자에 기겁을 하고 울먹이자, 당황한 엄마들이 알았어, 알았어 안 먹일게, 우리 혁재 뚝! 아무렇게나 혁재를 달랬다. 그게 정말 그 순간만 모면하기 위한 ‘아무렇게나’였는지, 아니면 진담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동해가 한약을 먹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일로 혁재는 열댓 살 먹을 때까지도 동해에게 유세를 떨었다. 야, 기억 안 나? 너 한약 먹을 뻔한 거 내가 살려줬잖아.

다행인지 뭔지 이동해는 성장이 더딘 것치고 심약하지는 않았다. 심약하지 않다 뿐인가? 그놈의 기 하나는 강하디강하게 타고났다. 덕분에 어디 가서 지는 일도,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고 다니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혁재는 꼭 무슨 저가 보호자라도 된 것처럼 동해를 데리고 다녔다. 데리고 다녔다? 사실 혁재와 다니는 게 좋았던 동해가 별다른 불평 없이 늘 함께했던 거지만, 아무튼 혁재 입장에서는 그랬다.

안 닿으니까 내가 꺼내 줄게. 냉동실에 든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을 때도 혁재는 의기양양했고, 난 여기 닿는다? 어린이 도서관 서가의 책을 꺼낼 때도 혁재는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고마워. 혁재가 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던 동해가 해맑게 인사를 건네면, 혁재는 조금 더 뿌듯해졌다. 아, 역시 동해는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난 운동 잘하는 사람 좋더라.”

“뭐?”

 

열다섯, 교복을 입을 나이가 되어서도 이동해는 여전히 크지 않았고, 이혁재는 여전히 동해 앞에서 콧대를 세웠다. 매점에서 돌아오던 길, 갑자기 멈춰서 한참 운동장을 바라보던 혁재가 꺼낸 말에 동해는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운동 잘하는 사람이 좋다고? 한 점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혁재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 끝에 자리한 것은 농구 코트. 같은 학교 부지를 쓰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저기 저 형, 저번에 보니까 엄청 잘하더라고. 몸도 좋고. 휘익, 부잉과 환호 사이를 누비는 누군가를 보며 혁재는 말했다. …되게 자세히도 봤다? 저도 모르게 비뚜름히 나간 말투에 동해 스스로도 놀랐지만, 혁재는 그런 건 들리지도 않는 듯 입까지 헤 벌리고 농구 코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더 부아가 났다.

입술은 이만큼, 목소리는 툴툴. 넌 저런 게 좋냐? 넋 놓고 선 혁재를 억지로 잡아끌어 교실로 돌아가는 길이 어쩐지 멀고 멀었다. 왜? 멋있잖아. 그렇게 말한 얄미운 입술은 딸기우유만 쫍쫍 빨았다. 그래서 시작됐다. 이동해의 운동 일대기가.

 

농구부에 달려갔다. 더 크고 오라고 했다. 들어가고 나서 크겠다고 했다. 까였다.

축구부에 달려갔다. 지금도 인원이 넘친다고 했다. 저기 쟤 빼라고 했다. 까였다.

 

돌고 돌다 찾아간 곳이 유도부였다. 흐음. 한참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동해를 뜯어보던 유도부 코치 선생님이 동해의 어깨를, 팔뚝을, 무릎을 한참 살폈다. 그리고 한마디 툭 던졌다. 너, 내일부터 나와라.

그러니까 뭐, 처음부터 별달리 유도에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받아준 게 유도부였을 뿐.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변화는 언제나 우연한 기회로 일어난다.

 

“이혁재! 나 내일부터 운동 한다!”

“운동?”

 

반가운 소식을 들고 달려간 동해는 붕붕 소리가 날 것처럼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우와! 감탄해주겠지? 그러나, 너가 무슨 운동을 해? 예상과는 다른 심드렁한 반응에 당황한 동해가 저도 모르게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유도부에 갔거든? 그런데 코치쌤이 막 내일부터 당장 나오라고 난리시더라!! 과장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열심히 설명해도 별달리 흥미를 가지지 않는 것 같은 혁재에 동해는 애가 탔다. 이상하다, 운동 잘하는 사람 멋지다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이혁재는 저의 이 일생일대 중대한 결정을, 점토공예반 따위의 동아리 활동 정도로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 진짜 운동한다니까?”

“누가 뭐래?”

 

그래, 열심히 해~ 이혁재는 그렇게 동해의 유도부 입부를 무심히 축하했다. 축하했나? 사실 축하도 아니었지. 그냥 한 말이다, 그냥 한 말. 그래서 이동해는 더 오기가 생겼다. 기운 하나는 강하게 태어났다며 (이혁재 빼고) 일가친척 모두가 혀를 내두르던 제가 못할 게 뭐냐, 반드시 혁재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 형은 그렇게 멋있다 지켜보며 칭찬을 해놓고, 유도부원이 된 저는 멋진 줄 모르는 이혁재가 야속해서.

 

그렇게 일 년이 가고, 이 년이 가고.

조그만 지역 대회가 서울 대회가 되고, 또 전국이 되고.

그대로일 것만 같았던 계절은 자꾸만 바뀌어,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첫 세계선수권 선발전을 무사히 마친 동해는 한창 기세를 올려가는 성과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뿐이랴, 고기 사줄테니 가자며 신이 난 이혁재가 귀엽다는 사실은 동해의 행복감에 가산점을 더했다. 이거 보는 맛에 늘 힘들어도 업어치지. 저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이혁재는 알기나 아는지. 이 형님이 너 고생했다고 쏘는 거라느니 조잘조잘 혁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은 퍽 즐거운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러했듯이.

 

그때 그 농구 코트 위의 형만큼은 컸으려나. 문득 창가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동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모른 척, 아무것도 모르는 혁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도복 또 바꿔야 할 것 같아. 갑자기 이렇게 키가 커버리네.”

 

그래? 우물우물 양 볼 가득 고기를 문 혁재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형님이 쏘겠다느니 해놓고서 제가 더 실컷 먹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날 뻔 했다. 빨리 나 좀 봐주지. 딱 한 걸음 남은 거리에 묘하게 뱃속이 근질거렸지만 조바심 나는 마음은 꾹꾹 눌러버렸다.

 

“아무래도 다음 대회 땐 체급 올려야겠어. 체격이 자꾸 붙는다.”

“그래…?”

 

체급을 올린다고? 그제야 혁재는 고기에만 꽂혀 있던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보통의 다른 선수들은 급격한 성장기가 마무리되고 체급이 고정될 무렵이었으며, 체급은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닌 부분이었다. 혁재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려야겠다 결심했다는 건.

 

혁재는 서서히 동해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늘 곁에 있던 것. 대회니 특훈이니 몇몇 특정한 기간을 빼고는, 거의 매일 마주치다시피 해온 것. 어느 날 문득 찬찬히 뜯어보기에는 너무나도 새삼스러워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었던 눈동자가, 어느새 저와 같아진 눈높이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야, 잠깐만.”

“엉?”

“너 언제 이렇게 컸어?!”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고, 딱 젓가락을 내려놓은 혁재가 놀라 동해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이거 뭐지, 이게 아닌데…?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은 그 표정에 동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차올랐다. 그걸 이제 알았냐, 뭐 그런 말도 굳이 하지 않았다. 으이그, 다 묻히고 먹지나 마. 딱 벌린 혁재의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 따위를 떼어 주곤, 비뚤어진 앞치마를 고쳐주었다. 이혁재가 좋아하는 반찬도 그 앞에 챙겼다. 그리고 그냥, 웃었다.

 

 

 

 

 

너 그렇게 유도 열심히 해서 도대체 뭐 하려고 그래?

 

그저 취미 삼아, 동아리 활동 삼아 하는 줄 알았던 열다섯 살, 이혁재는 이동해에게 물었었다. 매일 체육관에 출석할 때마다 멍이 하나씩 늘어오는 통에 속이 상했던 탓이다. 그때 이동해가 뭐랬더라. 국가대표도 되고, 메달도 따고 싶다 그랬었지. 그거 쉬운 거 아니잖아. 되물은 혁재의 말에 또 그렇게 대답했었다.

 

그래야 이혁재 먹여 살리지.

 

이동해의 폭탄 발언은 온 뉴스를 뒤덮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올림픽을 휩쓸어버린 신예 유망주가 다짜고짜 누구랑 살자는데 안 뒤집힐 언론이 어디 있나? 어디 언론뿐인가? 온 커뮤니티 사이트, SNS가 종일 이동해의 발언으로 난리였다. 이동해의 SNS에 빼곡히 달리던 얼굴부터 금메달이라느니, 나랑 결혼할 관상이라느니 하던 댓글들은 어느새 다른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형, 그럼 남자친구 자리는 비어 있나요.

 

내가 여기엘 가는 게 맞나? 열 번 신발을 신었다 벗고 백 번 머릿속으로 고민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나 진짜 조용히 살고 싶다 동해야. 늘 핸드폰 속 ‘혁이’ 폴더에 오천만 장쯤 들어있는 사진을 올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동해 탓에, 매번 너 팔로워가 몇인 줄 아냐 관심은 너 혼자 받아라 일일이 신경을 곤두세우던 혁재였다. 그랬던 자신이 지금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귀국하는 국가대표팀을 향해 플래시 세례가 쏟아질, 그곳에.

 

「KE902. 공항에 나와.」

 

비행기 이륙 직전, 편명과 함께 날아온 딱 다섯 글자가 떠 있는 화면을 다시 한번 매만졌다. 여기 맞지. 확인해볼 것도 없이 엄청난 인파가 몰린 도착 게이트 앞에서 혁재는 괜스레 기가 죽었다. 동해의 에이전트사 직원을 찾으려 했지만 그러기도 쉽지가 않은 혼잡함이었다. 나오라니 오긴 왔는데… 괜히 왔나?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이동해를 보러 온 건가? 아니 뭐, 물론 이동해 하나만 보러 온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새 게이트가 열리고, 순식간에 앞으로 몰린 환영 인파와, 기자와, 카메라가 뒤섞인 틈바구니에서 혁재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물렸다. 뒤쪽으로 빠져 한숨 돌리고 나니 어쩐지 허탈했다. 그러고 보니 쟤나 나나, 도대체 대책 하나 없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이렇게 사람이 많을 게 당연한데.

 

몰려드는 마이크와 꽃다발 세례를 해치우듯 치러낸 이동해의 눈동자가 공항 곳곳을 살폈다. 분명히 나왔을 거다. 늘 제 부탁은 마지못한 척 들어주곤 하던 이혁재니까. 그리고 저는 이것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올 수 있게 해준 유도보다도 자신 있었다. 이혁재가 언제 어디에 있든, 찾아낼 자신이.

 

“이혁재!”

 

혁재를 부르는 목소리가 그 어렸던 어느 날처럼 울렸다. 굵어진 목소리, 성숙해진 어조가 어른이 되었음을 증명했지만, 거기에 담긴 감정은 꼭 그때와 같았다. 이혁재! 나 내일부터 운동 한다! 한껏 설레는 마음을 눌러 담아, 제게 잘했다 해달라, 저 좀 좋아해 달라 외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이동해와.

 

마주선 두 사람 사이에 이제 방해물은 무엇도 없다. 왔어? 담담히 묻는 혁재의 말에 응, 왔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동해가 빙긋 웃었다. 뭐라고 해줘야 할까, 다음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눈만 맞추고 있는 사이, 어느새 동해에게 있던 금빛 메달은 혁재의 목에 걸렸다. 파바밧, 눈부실 만큼 플래시가 터졌다. 차르륵 넘어가는 셔터 소리가 인파의 웅성임을 지웠다.

 

“운동 잘하고. 몸도 좋고. 이제 나 너한테 멋질 자격 충분한 것 같은데, 어때.”

“이, 멍청아아…”

 

혁재의 눈동자에 습기가 스몄다. 중계를 볼 때 미처 흘리지 못한 눈물이 다시 차오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너 먹여 살리겠다고 했잖아, 이제 나 메달도 있고 연금도 있는데. 농담 아닌 농담에 푸스스 울다 웃었다. 네 거야, 이거. 너 가져. 혁재의 목에 걸린 메달을 쥐고서 귓가에 속삭이는 동해에, 혁재는 또 버럭 역정을 냈다. 넌 하여간, 이 멍청이가! 너가 열심히 한 걸 왜 내 거라고 그래? 울다, 웃다, 이제 화까지 내는 혁재에 크게 웃은 동해가 혁재의 몸을 품 안 가득 끌어안았다. 메달을 따던 그 순간보다도 밝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웃음이었다. 너른 어깨에 안긴 등 뒤로 또다시 하염없는 플래시가 이어졌다. 그래, 그러니까 네가 있어 줘야지. 나 원래 너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멍청이잖아. 그러니까.

 

여론은 또 난리가 났다. 거듭되는 한판승으로 올림픽을 뒤집어놓은 유도 이동해가 메달을 건넨 사람은 누구인가. 아무리 알려고 해봐도, 동해의 SNS에조차 사진 한 장 없는 통에 쉽지가 않았다. 죽마고우라더라, 애인이라더라, 동생이라더라 근거 없는 풍문만 나돌 뿐이었다. 아무도 수면 위에서 오피셜로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동해의 SNS에 달리는 댓글은 또 한 번 눈치껏 바뀌었다. 그래서, 아직 여자친구 자리는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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